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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ㆍ작성일	2003/02/07
ㆍ분 류	재료&물질
ㆍLink#1	70830.gif (Down:222)

ㆍ추천: 0 ㆍ조회: 3353

구리로 벌이는 속도 전쟁(Copper)

10원짜리 동전에나 사용되는 것으로 알았던 구리가 컴퓨팅 속도를 좌우하고 있습니다.

주기율표 제1B족의 구리족 원소에 속하는 금속. 원소기호 Cu. 원자번호 29. 원자량 63.549. 녹는점 1천84.5℃. 끓는점 2천595℃. 비중 8.92(20℃). 자연과학에서 접하는 구리의 정체 입니다.

구리는 붉은 광택을 가진 금속으로 전성, 연성, 가공성이 뛰어나며, 강도도 있습니다. 열 및 전기의 전도율은 은에 이어 2번째로 크지요.

가공하기 쉽고 매장량이 많은 구리는 꽤 친근한 금속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길 가에 구르는 돌멩이처럼 별 것 아닌 것 으로 치부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구리가 컴퓨팅 속도 전쟁의 핵심 수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대표 이상헌)는 9월께 구리 인터커넥트 기반의 최신 울트라스팍Ⅲ 프로세서를 출시한다고 16일 발표했습니다.

썬은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도움을 받아 구리 인터커넥트 기반의 900MHz 울트라스팍 Ⅲ 프로세서를 공동 개발했죠. 이 프로세서는 최근 내부 품질 검사를 모두 통과해 3개월 내에 썬 블레이드 1000 워크스테이션에 탑재될 계획입니다.

새 프로세서는 기존 750MHz 울트라스팍 Ⅲ 프로세서에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구리 인터커넥트 기술을 접목해 만든 것입니다.

750MHz 울트라스팍 Ⅲ 프로세서 설계 기술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전도성 좋은 구리만으로 속도를 20% 정도 높인 것이죠.

아시다시피 프로세서는 빠를 수록 좋습니다. 같은 기술에서 좀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하려면 헤르츠를 높이면 됩니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속도가 빨라지면 열 발생량이 늘어 프로세서가 더위를 먹고 다운되곤 하죠.

프로세서가 자주 다운되면 그만큼 제품이 신뢰를 받기 힘들죠. 이런 제품을 팔았다면 전량 리콜 (recall)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고객의 신뢰성을 잃어 더 이상의 비즈니스를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컴퓨팅업계에서 감히 헤르츠를 높이는 시도를 하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아픔’ 때문입니다.

그런데, IBM이 이런 한계를 깨는 방법을 구리에서 찾아냈습니다. IBM은 이 기술을 SOI(Silicon-On-Insulator)라고 부르죠.

SOI는 누출되는 전기를 줄이면서 트랜지스터간의 신호를 강하게 할 수 있도록 트랜지스터와 그 바탕이 되는 실리콘층 사이에 구리 절연체를 삽입하는 기술입니다.

SOI 기술을 채용한 프로세서는 일반 프로세서에 비해 성능이 30% 정도 향상되고, 전력 소모량이 절반 가량 감소됩니다. 예를 들어 1㎓의 인텔 펜티엄Ⅲ에 SOI 기술을 응용하면 1.3㎓의 속도를 낼 수 있죠.

이 기술의 파괴력을 인식한 컴팩, hp, AMD, 소니, 도시바가 SOI 기술을 도입해 열의 장막을 돌파했죠. 인텔은 자체적으로 비슷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5월 초 IBM은 "SOI기술을 도입하지 않으면 서버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썬도 SOI기술을 도입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기술발전을 이루지 않으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힘들 것"이라며 썬의 신경을 자극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러다 썬이 정말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수근거림도 나왔습니다.

이런 입 방아에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건만 3개월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썬이 드디어 구리 프로세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발표 직후 한국썬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유쾌 상쾌 통쾌 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의 침묵을 보상 받았다는 듯 의기양양한 모습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일로 아무 가치가 없어 보이던 구리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며 "역시 개똥도 약에 쓸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