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무역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 사장은 오전 5시에 출발하는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시간 뒤에 있을 뉴욕 거래처 대표와의 조찬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여객기가 이륙하기 전, 최 사장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늦어도 오후 6시까지는 집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1] 초음속 저소음 여객기의 상상도
전 세계가 일일 생활권이 되버린 어느 미래의 모습이지만, 그 미래가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2020년 까지 초음속 저소음 여객기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개발이 완료되면 서울에서 뉴욕까지의 비행시간이 3시간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링크)
항공 분야는 발전했지만 속도는 퇴보
지난 수십 년 간 항공 수송 분야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유독 항공기의 속도만큼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오히려 콩코드(Concorde)기의 퇴장으로 초음속 항공기 시대가 끝나면서, 속도만 놓고 보면 퇴보를 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 돼버렸다.
실제로 우리는 다른 나라나 대륙으로 이동하려 할 때, 수십 년 전과 마찬가지로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을 해야만 하는 현실에 살고 있다.
이처럼 첨단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ASA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음을 제거한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여 전 세계 비행시간을 대폭 단축시키겠다는 것. NASA는 ‘X-플레인(plane)’이라 명명된 이 초음속 저소음 여객기 개발 프로젝트를 미국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사와 함께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초음속 여객기하면 마치 상징처럼 떠오르는 항공기인 콩코드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초음속 여객기를 만든다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초음속 여객기의 개발 역사를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음속 여객기의 개발은 지난 196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의 비행기 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하자,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의 독주를 막고 유럽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2] 초음속 여객기 전성시대를 연 콩코드
1966년 최초의 시험용 모델인 ‘콩코드 1호’가 탄생했고, 그로부터 3년 뒤인 1969년 3월에 29분 동안의 비행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는데 성공했다. 한 달 후에는 두 번째 모델 ‘콩코드 2호’도 비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초음속 여객기의 개발사가 새로 써지는 해프닝도 발생한다. 1966년에 시험 모델을 완성한 뒤 영국과 프랑스가 우물쭈물하고 있던 상황에서, 2년 뒤인 1968년에 구 소련이 초음속 여객기인 ‘투폴레프(Tupolev) TU-144’를 개발하여 마하 속도의 시험 비행까지 성공리에 마쳤기 때문이다.
구 소련에 뒤통수를 맞은 영국과 프랑스는 부랴부랴 이듬해인 1969년에 시험 비행에 성공한다. 하지만 당시의 판단 착오는 영국과 프랑스가 세계 최초의 초고속 여객기를 제작한 국가라는 영광을 구 소련에 넘겨주는 계기가 되었다.
의도치 않은 후발주자가 되었지만, 초음속 여객기의 전성시대는 콩코드가 열었다. 1973년에 기존 비행기가 가지 못하는 고도 2만m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고, 1974년에는 마하 2.23의 속도에 도달했다. 이런 성능을 통해 일반 비행기로는 평균 8시간 넘게 걸리던 파리와 뉴욕 구간을 3시간대에 주파하는 기염도 토했다.
그러나 콩코드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일반 비행기 요금의 15배나 되는 비싼 요금과 민원이 빗발치도록 만든 엄청난 소음이 문제였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채 그대로 운영을 하던 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형사고까지 일어나면서 콩코드는 27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마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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