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적인 운전에 의하여 에너지를 창출하는 기계장치 및 열을 모두 남김없이 일로 변환하는 기계장치. 전자를 제1종, 후자를 제2종 영구기관이라 하며, 각각 열역학 제1법칙·제2법칙에 위배되어 실제로는 제작할 수 없다.

또 열역학 제3법칙에 관련하여 이 법칙의 창설자의 한 사람인 W.H.네른스트는 물체를 절대영도까지 냉각하는 기관으로서 제3종 영구기관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이와 같이 영구기관은 오늘날에는 열역학법칙과 밀착된 개념으로 사용되어 열역학의 내용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영구운동과는 일단 별개의 것이며, 영구기관의 부정이 반드시 영구운동의 부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영구기관의 꿈】 인간은 발생한 이래 손을 사용하거나 도구를 사용하여 자연의 재료를 변형하고, 가공하거나 조립해서 생활의 영위에 이용하여 왔다. 생활에 유용한 것을 개발하고자 하는 이와 같은 노력, 즉 기술개발의 중요한 측면은 노동력 또는 동력의 문제이다.

초기에는 인간 자신의 근력(筋力)으로 충당되었던 동력도 소와 말 등 가축의 힘을 이용하게 되었고, 나아가서 풍차나 수차의 발명에 의해 풍력이나 수력 등 자연력의 이용이 추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기계장치가 고안되어 힘의 변환·전달, 능률의 향상 등이 이룩되어 간단한 자동장치는 대단히 교묘한 것도 창출되었다.

이와 같은 단계에서 한번 조립되면, 그 후부터는 아무 일도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운전을 계속하여, 인간을 위하여 유용한 일을 창출해주는 장치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인간에게 싹텄다.
이러한 소망이 ‘영구기관의 꿈’이며, 오랜 시일에 걸쳐 인간의 모색의 대상이 되어왔다. 아르키메데스의 나사선, 해머차(hammer車) 등은 그 예이다.

【영구운동과 영구기관】 이와 같이 하여 기대되었던 영구기관의 요소를 생각해 보면,
① 계속적으로 작동하여 운동이 끝나지 않을 것
② 그러기 위해서는 이것이 순환과정으로서 구성되고, 이 과정을 일순(一巡)하였을 때, 원상태와 똑같은 상태(외계도 포함하여)로 돌아올 것
③ 일순하는 동안 외부에 유한한 일을 창출할 것 등이 최소한 필요하다.
이것들을 동시에 만족하고 있을 것이 영구기관으로서의 조건이며, 그 일부만으로는 영구기관이 될 수 없다.

예컨대 수평이고 아주 매끈한 마루 위를 미끄럼운동을 하는 물체는 언제까지나 같은 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순환과정도 아니고 일도 창출하지 않는다. 즉, 영구운동이기는 해도 영구기관은 아니다.
또한 진공용기(容器) 속에서 마찰 없는 지점으로 지지된 단진자는 언제까지나 같은 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이것은 1주기를 경과하면 처음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순환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 일을 창출하지 않으므로 영구기관은 아니다.

한편, 수조와 수차와 펌프로 이루어지는 기구(機構)를 생각해 보자. 수조에 저장한 물을 흘려서 수차를 돌리고, 이 수차의 동력을 얻어냄과 동시에 그 일부를 사용하여 펌프를 운전한다.
펌프는 수차를 돌려서 일을 마친 물을 퍼올려 수조로 되돌려 보낸다. 이렇게 해서 물은 다시 수조로부터 흘러 수차로 간다. 이것이 끝없이 반복된다.

마찰이 없도록 이 기구를 만들면 이것은 언제까지라도 작동을 계속할 것이고, 회전하는 수차로부터는 동력을 언제까지라도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만일 이것이 실현된다면 영구기관이 되는 것이다.

이 예와 앞의 두 가지 경우와는, 그것에서 밖으로 동력을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실제 동력을 얻어내지 않고 수차를 회전시켜서 얻은 동력으로 펌프를 운전할 뿐이라고 하면 이것은 앞의 단진자운동과 동일한 성질의 것이다. 즉, 영구운동이 실현되어도 그것이 영구기관의 존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구운동과 역학】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는 영구운동과 영구기관을 때때로 연결시켜 생각하여 왔다. 아마도 영구운동이 없으면 영구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구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생각은 일찍부터 있었다. 그리스 사람은 천체(天體)의 운행을 영구운동으로 생각하고, 그것은 천상계(天上界)에서만 실현되는 것이라 하여, 천상계에 비하여 비소(卑小)한 지상계에서는 영구운동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정역학에서 힘의 평행사변형의 법칙을 발견한 S.스테빈은 그의 추론의 근저에 영구운동의 부정을 두었다(스테빈의 사슬). 그 후도 때때로 나타나는 영구운동 부정의 생각은, 현실계에서의 여러 현상이 영속하지 않으며, 구르는 공도, 움직이고 있는 진자도 역시 언젠가는 정지한다고 하는 인식, 즉 저항이나 마찰의 존재가 의식되어 있었던 데에 연유한다.

이 일 자체는 자연계에서의 에너지 산일과정(또는 비가역과정)의 존재를 인식하는 하나의 도정으로서 열역학 형성에 매우 중요하며, 이 점에서 영구기관과도 연관을 가지고 있는데, 한편 역학의 전개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도 있었다.

G.갈릴레이는 마찰을 무시함으로써 일의 원리를 얻었고, 뉴턴역학의 기초가 되는 관성의 법칙은 그 자체가 영구운동의 확립이다(등속운동을 하는 물체는 언제까지라도 그 상태를 계속한다). 역학적에너지보존법칙은 이 관성의 법칙의 기초 위에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일단 영구운동의 긍정 위에 성립한 역학적에너지보존법칙은 동시에 에너지는 무(無)로부터는 창출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냄으로써 ‘영구기관의 꿈’에 충격을 주었다.

한때 널리 영구기관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원천으로 되어 있었던 ‘기계는 힘을 절약한다’라고 하는 생각이 옳지 않았음이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기계에 의하여 힘이 절약될 수 없다고 한다면, 일을 창출하는 것은 곤란할 것이다.

【열역학 제1법칙과 제1종 영구기관】 19세기 중반경이 되어서, 열의 본성을 둘러싸고 물리학에서 커다란 진보가 이룩되었다. J.R.마이어는 열과 운동의 연관을 논하였고, J.P.줄은 열의 일당량(當量)을 얻었으며, H.L.F.헬름홀츠는 이것을 ‘넓은 의미로의 힘’, 즉 에너지의 원리의 형태로 체계화하였다.

이것은 ‘자연계의 에너지는 여러 가지로 그 모양을 바꾸고, 서로 전환하면서 전체로서는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하는 내용이다. 기체의 연구 등을 둘러싸고 내부에너지가 부가되는 등의 과정을 거쳐서, 이것은 열역학의 기초를 세우는 법칙이 되었다. 즉, 이것이 열역학 제1법칙의 성립이다.

그 사이 예를 들면 전지의 발견 등을 통하여, 전자기적 작용으로부터 영구기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의 생각도 있었으나,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넓은 형태로서의 에너지보존법칙의 성립은 더욱 내용이 풍부하고 더욱더 확실한 것이 되어 갔다.
이렇게 보면 에너지는 그 형태를 어떻게 전환한다 해도 그 총량은 일정하고, 무(無)로부터 에너지는 발생하지 않으며, 교묘한 장치를 구상한다 하여도 그것은 결국 단순한 에너지변환계(變換系)에 지나지 않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즉, 영구기관은 에너지보존법칙으로서의 열역학 제1법칙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부정되어야 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열역학 제1법칙에 위배되는 형태의 영구기관을 제1종 영구기관이라 한다.

【열기관과 카르노의 원리】 한편, 1820년대에 프랑스의 N.L.S.카르노는 증기기관의 기본적 이론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하여, 열을 동력(일)으로 바꾸는 구조 일반을 고찰하였는데, 이것이 열기관이다.

열기관에 공급된 열로부터 얼마만큼의 일이 얻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할 때, 얻어질 수 있는 일의 비율이 크면 클수록 그 기관은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얻어지는 일과 공급되는 열과의 비율을 효율이라 하며, 최대효율은 어떠한 경우에 얻어지는지를 조사한다.

카르노는 이와 같은 고찰을 진행하기 위하여 오늘날 카르노사이클(Carnot cycle)이라고 하는 이상적인 기구를 가상하였다. 카르노사이클은 각각의 단계에서의 변화가 무한히 천천히 진행되어 일순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서, 각 단계는 거의 평형상태에 있고, 그 때문에 변화의 방향을 반대로 하여도 전혀 사정이 변하지 않는다.
즉, 변화의 방향을 반대로 해서 일순시키는 것도 가능하며, 역행 가능한 기관(가역기관)이다.

처음의 일순이 고온의 물체로부터 열을 받고, 외부로 일을 하며, 저온의 물체로 열이 흘러 들어가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역행과정은 저온의 물체로부터 열을 얻어내고, 고온의 물체에 열을 주어, 그 사이에 외부로부터 일을 받는다고 하는 형태로 일순한다.

이와 같은 카르노사이클을 생각하면 사실 그 효율은 사이클로 작동시키는 물질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이 증명된다. 이 효율(최대효율이 된다)은 두 물체의 온도만으로 결정된다(카르노의 원리). 이것을 증명할 때, 카르노는 실은 영구기관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원리를 사용하였던 것이다.

만일 2개의 카르노사이클의 효율이 동일하지 않다고 하면, 한쪽을 순방향으로, 다른 쪽을 역방향으로 작동하도록 하여 연결시켜서 얻어지는 일을 공급하는 일과 같아지도록 소거시키면, 외부에 아무 변화도 남기지 않고 고온의 물체로 열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된다.
이것은 영구기관이다. 영구기관은 불가능하므로, 이것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2개의 카르노사이클의 효율은 동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카르노의 정리의 주요 내용이다.

이 내용은 그 후 R.E.클라우지우스에 의해 정리되어 ‘저온의 물체로부터 고온의 물체로 열을 이동시키는 것 이외에, 아무 변화도 남기지 않는 과정은 있을 수 없다’고 하는 형식으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오늘날 열역학 제2법칙의 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제2종 영구기관】 클라우지우스가 말한 과정을 실현하는 기관은 영구기관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별로 에너지보존법칙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고온의 물체로부터 저온의 물체로 열이 이동할 때와 마찬가지로, 저온의 물체로부터 고온의 물체로 열이 이동하고, 또한 에너지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구기관은 그때까지 생각되고 있었던 영구기관(에너지보존법칙에 위배되는 기관)과는 별개의 것으로서 새로운 종류의 영구기관으로 생각해야 한다.

F.W.오스트발트는 이것을 제2종 영구기관이라 하고, ‘제2종 영구기관의 존재는 있을 수 없다’라고 하는 표현을, 열역학 제2법칙의 내용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제2종 영구기관의 부정은, 자연계에는 비가역적인 과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관계되는 것으로서, 이를테면 자연현상의 변화의 방향성에 대응된다.

예컨대, 고온의 물과 얼음을 접촉시켜 두면 얼음은 녹고 물의 온도는 떨어져서 미지근한 물로 될 것이다. 그러나 그와 반대, 즉 미지근한 물을 준비하여 방치하였을 때, 저절로 고온의 물과 얼음을 얻을 가능성은 생각할 수 없다.
만일 제2종 영구기관이 존재한다면 이것은 가능하게 될 것이며, 인간에게도 그 효용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예를 들면, 해수로부터 열을 얻어내어 그것으로 선박을 항행시키며, 실내의 공기로부터 열을 빼냄으로써 냉방과 동시에 발전을 한다든지 하는 등의 일이 아무런 동력 없이도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일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경험으로부터 도출된 경험법칙으로서 얻어진 것인데, 후에는 통계역학의 발전에 의해 확률론적 뒷받침도 얻게 되었다.

【제3종 영구기관】 열역학에는 제1법칙 및 제2법칙과 더불어, 열역학 제3법칙이 있다. 이것은 열역학 제2법칙으로 그 존재가 정의된 엔트로피(entropy)라고 하는 양(量)의 거동에 관한 것이다.

처음에 W.H.네른스트가 ‘절대영도의 근방에서는 엔트로피의 변화가 영(零)에 접근한다’라고 하는 형태로 설명하고(네른스트의 열정리), M.플랑크는 이를 보충하여 ‘절대영도의 근방에서는 엔트로피의 값 그 자체가 영에 접근한다’라고 하는 형태로 확장하였다.

이 법칙에 따르면 절대영도에 도달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여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진다. 여기서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이 각각 제1종·제2종 영구기관의 부정이라고 하는 형태로 표현되듯이, 열역학 제3법칙을 역시 영구기관의 부정이라고 하는 형태로 표현하는 것도 생각하게 되었다.

제3법칙에 관련하는 것이 제3종 영구기관인데, 이것은 절대영도에 도달하는 기관으로 정의된다. 지금까지 기술한 바와 같이 ‘영구기관의 꿈’은 결국 열역학이 형성되는 역사 속에서 부정되면서, 한편으로는 열역학법칙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하여 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