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물을 짜는 기계. 직물의 폭에 해당하는 올수만큼의 경사(經絲)가 감긴 빔으로부터 나란히 송출되는 경사는 종광(綜:잉아)의 눈에 올올이 끼워지고, 이들 경사는 별도의 장치에 의해 2군 이상으로 나누어 각각 위와 아래로 벌려져서 개구(開口)를 만들면 북이 이 개구 속을 지나가게 된다.

북실, 즉 북 속에 담겨 끌려 다니는 위사(緯絲)는 개구 속을 가로질러 모든 경사의 위아래로 교차하여 위입(緯入)이 일어난다. 다음, 이 위사를 바디(reed)로 쳐서 이미 짜여진 천의 끝에 바싹 밀어 붙임으로써 비로소 경사와 위사의 조직이 완성된다.

이처럼 직기는 1계열의 실만으로 천을 짜는 편기에 대하여 경사·위사 2계열의 실을 사용하여 개구·위입·바디질 등의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천의 경사방향으로 연속된 직사각형의 직물을 짜게 된다.

【역직기】 고대 이집트에는 가장 강한 평직(平織)을 짜는 기구가 있었던 것으로 수직기(手織機)의 기원을 거슬러 추측할 수 있다. 아마 본격적인 수직기의 등장은 경사를 일시에 개구시키는 종광을 고안하게 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종광을 손동작에 의하여 개구시켰던 것이 차츰 인지가 발달함에 따라 발동작에 의하게 됨으로써 지금까지 제직의 주역이었던 손으로 하여금 위입이나 바디질만 하게 하여 제직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직공의 수효를 줄이는 방향으로 변하였으며, 이것이 족답식(足踏式) 수직기이다.

1733년 영국의 J.케이가 기계적인 위입장치인 플라잉셔틀을 처음 발명함으로써 종래의 수직기의 제직능률을 크게 향상시켰다. 한 손으로 끈을 잡아당겼다 놓기만 하면 북이 좌우로 총알처럼 비주(飛走)하는 반자동식의 위입장치이다. 다른 한 손으로는 바디질, 그리고 한 발로 개구동작을 하게 되고, 특히 광폭수직기에서는 종래보다 4배나 능률이 빨라져서 원사투하량이 폭증하게 되었다.

결국 원사품절·원사대폭등 그리고 직공의 실업이 야기되었다. 이것이 사회산업적인 문제로 비화되어 자동방적기를 발명한 동기가 되었으며, 드디어 산업혁명의 제일보를 내딛게 되었다.

이어서 85년 영국의 E.카트라이트에 의하여 증기의 원동력을 이용한 역직기가 발명되었으며, 이것은 급속도로 보급되어 19세기 중반 영국에서는 수직기가 거의 역직기로 대체되었다. 자동방적기 및 역직기의 대대적인 보급은 영국에서 근대적 공업 자본주의의 기초를 확립시켰으며, 특히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한 면방직공업은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위치에까지 이르렀다.

직기의 동력화 또는 자동화로 인해 종래의 남자직공 대신 여공만으로도 충분하게 되었다. 수직기가 오랜 세월을 두고 역직기로 발전하기는 하였으나 경사송출장치·개구장치·위입장치·바디질장치 등 기본적인 기구면에서 볼 때 양자간에 차이는 없다. 단지, 역직기는 동력화되었다는 점에서 제직능률이 향상되고, 보다 균정(均整)한 직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밖에 없다.

위입동작이 수직기에서는 느리고 구차스러웠던 데 대하여, 역직기에서는 북이 동력에 의하여 개구 속을 주행하기 때문에 빠르고 편리해졌다. 그러나 ‘한 번 개구 다음에 반드시 위입 한 번’이라는 답답한 제직원리는 동서고금을 통하여 변함없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2계열의 실을 다루는 직기가 1계열의 실을 다루는 편기보다 역사적으로 발전이 늦어지게 된 원인이 있다.

카트라이트의 역직기 발명 이래, 1889년 미국의 노스롭이 처음 위사를 자동공급하는 자동직기를 발명하는 등 개량을 거듭하였으나, 아직도 이들 개량직기는 상당한 무게를 가진 북이 평형(平型)의 직기에서 좌우운동을 하고, 또 소음 같은 골칫거리 때문에 생산성과 환경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경사를 원형으로 배열해 놓고 북이 연속적인 회전운동을 하게 함으로써, 북의 좌우운동과 소음을 한꺼번에 지양한 원형직기(圓型織機)가 나왔다. 이것은 마치 환편기(丸編機)와 비슷해서 대상(袋狀)의 원형직물을 생산한다. 그러나 원형직기와 같은 개량직기라 하더라도 개구 속에 위사를 끌고 다니는 물체, 즉 북이 있어야 하는데, 북을 사용하지 않고도 위입이 가능한 북 없는 직기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1929년 M.파보의 에어 제트식 직기가 영국 특허를 얻었고, 이어 워터 제트식(water jet) 직기가 발명되어 현재 공업적으로 실용단계에 있다. 그 위입방법은 먼저 위사를 개구 안에 넣기 전에 직물의 폭에 맞추어 위사의 길이를 끊는 장치가 있다. 다음 에어 제트식에서는 분사기류(噴射氣流)가, 그리고 워터 제트식에서는 분수(噴水)가 노즐을 통하여 분출되는 동안 위사는 이 유속(流速)에 의하여 잡아 끌려서 개구 속으로 진입된다.

원형직기나 북 없는 직기는 모두 혁신적인 최신예기이다. 역직기의 출현 이래 이처럼 위입장치의 개혁이라는 과제에 줄곧 고심해 온 것은, 역직기가 수직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위입이라는 과정을 없앨 수 없는 숙명 아래, 다만 그 자동화와 고속화를 통한 생산성의 향상을 위해서였다.

한국에서는 조선 후기만 해도 전래의 수직기, 즉 베틀은 농촌의 아녀자의 손재주와 노동력으로 가동이 가능한 편족답식이었으므로, 중국의 남자노동력에 의한 양족교답식 직기보다 생산성이나 직물의 품질면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직물공업의 여명기였던 20세기 초 무렵에도 이러한 수직기가 대부분이었고, 근대화되기 시작한 일부 영세공장에서 극소수의 서구식 역직기를 도입하여 소량의 광목을 짜내는 정도였으니, 직기의 동력화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하여 늦은 편이었다.

당시 농가의 베틀에 의해서는 재래의 무명베·명주를 조금씩 짜서 농가 자신이 자급자족하는 정도에 불과하였으며, 날로 수요가 늘어나는 광목은 영국이나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실정이었다. 1919년 일본인 회사인 조선방직이 역직기 610대, 곧 이어 22년 한국 민족자본인 경성방직이 역직기(풍전식) 100대를 도입·가동하는 등 직기의 본격적인 근대화는 면직기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역직기 1대의 생산성이 수직기 5대에 해당되었고, 직공 1인당 생산량이 수직기 3대 이상이나 되어, 당시 역직기의 출현은 재래식 수직기의 퇴락을 가져와 일종의 사회산업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이후 역직기의 증설은 계속되어, 8·15광복 이후 47년에 한국의 역직기 보유대수는 8,005대, 수직기(족답식 포함) 3,621대, 합계 1만 1626대(영세공장 및 농가 미등록분 제외)였다고 하는데, 이 때만 해도 수직기의 비중이 컸고, 비록 어엿한 직물공장이라 할지라도 역직기와 수직기를 겸용하는 실정이었다.

이나마 광복 직후의 혼란으로 인한 조업중단과 6·25전쟁으로 인한 대량파손으로 한때는 암흑 속에 빠졌다. 이후 정부의 경제부흥정책에 따른 기설(旣設) 직기설비의 복구와 국산직기의 제작 및 보급에 힘입어 60년대에 들어서는 70년대의 도약을 위한 성장기반이 구축되었다.
70년대에 섬유공업이 한국 수출산업의 주역이 되자, 수출산업으로서의 기반확충 아래 대대적인 직기증설과 대형 직물공장이 설치되었다.

【구조】 ［그림］은 가장 간단한 평직을 짜는 태핏식 역직기이다. 원동력에 의하여 크랭크축 P가 회전하면 2개의 태핏 R가 편심회전운동을 하고, 2매의 종광 E가 번갈아 상하운동을 하게 된다. 이래서 생긴 경사의 개구 속에 슬레이 L상에 있는 북 I가 좌우로 비주하여 위입이 일어난다.

역시 크랭크축의 회전에 의해서 슬레이는 전후로 요동을 하게 되고, 슬레이 위에 있는 바디 N을 전후로 운동시켜 개구 속에 들어간 위사를 이미 짜여진 천의 말단에 밀어 붙인다. 이상 개구·위입·바디질의 운동을 역직기의 3주운동이라고 하는데, 이들 운동 사이에는 엄밀한 시간적 상관관계, 즉 타이밍이 지켜져야 한다.

3주운동을 하는 장치 이외에도 3주운동의 결과로 제직이 완성된 천을 감기롤러 K에 감아주는 권취장치, 권취운동이 진행됨에 따라 경사를 경사빔 A로부터 풀어주는 송출장치와 기타 보조장치(［그림］에서는 생략)가 있다. 이상의 모든 운동은 크랭크축의 회전운동으로부터 전동되는데, 처음 발명된 역직기는 증기력에 의하였으며, 현재는 대부분 전동력에 의하여 크랭크축이 회전한다.

【종류】 역직기는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① 제직원사에 따라 면직기·마직기·모직기·견직기 등이 있으며, 이 분류방식은 평직·능직·수자직 또는 이들의 간단한 변화조직으로 된 다용직물을 짜는 기계에 대해 적용한다.
② 특수직물을 짜는 자수직기·타월직기·문직기·후직기·망사직기 등이 있다.
③ 경사의 개구장치에 따라 태핏식·도비식·자카르식 직기가 있으며, 나열순서에 따라 뒤로 갈수록 경사의 개구운동이 다양하게 이루어져 복잡한 직물조직이 제직된다.
④ 제직폭에 따라 광폭직기·소폭직기·세폭직기가 있다. 이 분류방식은 경사가 끼어지는 바디의 폭에 따라 호칭되며, 그 구체적인 치수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옷감의 재단에 있어서 한 폭 이상이 나오는 것을 광폭직기, 한 폭 정도 나오는 것을 소폭직기, 띠 모양의 좁다란 직물(테이프·라벨·요대·호스 등)을 짜는 것을 세폭직기라고 한다.
⑤ 제직 중 위사가 완전히 떨어졌을 때 자동으로 새로운 위사를 보급해 주는 장치가 있어서, 운전을 정지함이 없이 연속적으로 제직이 가능한 것을 보통의 역직기에 대하여 자동직기라고 한다.
⑥ 북을 사용하는 재래의 직기에서는 소음이 크고 회전수를 제한하는 불리한 점이 있으며, 또 위사의 계속적인 보급에도 문제가 남아 있다. 근래에 들어 실용화되고 있는 북 없는 직기(에어제트식·워터제트식)는 북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 원형직기는 북을 사용하더라도 재래의 평형직기와는 달리 북이 회전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들 직기는 고속화와 무인화(無人化)를 통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혁신기종이다.